2011년 시리아 전쟁이 터진 뒤 접경국 레바논으로 피신한 시리아 난민은 120만명에 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호소할 정도로 경제상황이 위태로운 레바논 사회에서 이들 난민은 찬밥 신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벼랑끝 같은 난민 사회에 등대 같은 존재가 빛을 발하고 있다.

예배와 기도로 '믿음의 야성'을 품은 난민 교회 공동체들과 이들 곁에서 '믿음의 DNA'를 전수하는 한인 선교사들이다. 

지난 20일부터 일주일간 앗쌀람선교회(대표 레이먼드 김 목사)와 함께 베이루트와 베카, 두로 등 레바논 난민 교회를 둘러봤다.

 

'1세대 쿠르드 교회'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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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바논 베이루트에 있는 '레바논 쿠르드교회'는 시리아 난민 출신의 쿠르드족 교회 공동체로 레바논 최초·최대의 쿠르드족 교회다. 사진은 쿠르드교회 성도들이 주일 예배에서 두 손을 들고 기도하는 모습.

 

성탄절인 지난 25일 오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허름한 상가건물. 3층에 위치한 '레바논 쿠르드교회'(니하드 하산 목사)는 입구부터 붐볐다. 마스크를 착용한 이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코로나 이슈는 사그라든 것 같았다.

한껏 멋을 낸 어린이들과 청소년은 서너팀으로 나눠 성탄 캐럴을 합창하고, 준비한 성극을 선보였다. 

이어 예배가 시작되자 니하드 목사는 핀 마이크를 꽂고 이사야 9장 6절을 주제 구절로 삼아 설교했다. 

사야 선지자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예언하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설교에 앞서 참석자들은 모두 일어선 채로 30분 가까이 손을 들고 찬양과 기도를 반복했다. 

한국과 다른 분위기에 어색하고 다리도 아팠지만 현지 성도들은 기꺼이 불편한 예배를 드리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표정이었다.

예배 참석자 대부분은 쿠르드족 난민이다. 

시리아 난민 행렬이 봇물 터지던 2013년, 성도 1명으로 출발한 쿠르드교회 공동체는 레바논의 최초·최대 쿠르드 교회다. 

담임인 니하드 목사는 '제1호 쿠르드 교회 목회자'이기도 하다. 

레바논에서 이제 막 역사가 시작된 1세대 쿠르드 교회인 셈이다. 

매주 400~500명씩 모여드는데, 이날에만 새신자 9명이 등록했다.

레바논 쿠르드교회의 예배 영상은 페이스북 등 SNS로 생중계된다. 

많게는 1만명에 달하는 SNS 예배 동참자는 대부분 전 세계로 흩어진 쿠르드 성도들이다. 

이들은 수년 전부터 수개월 전까지 베이루트에 거주하면서 이 공동체에 몸담았다가 제삼국을 대상으로 한 난민 신청 등이 받아들여지면서 캐나다와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으로 떠났다. 

예배가 흩어진 쿠르드족을 하나되게 만드는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베이루트에 거주하는 쿠르드 성도들은 일용직이나 허드렛일을 하는 노동자가 대부분이다. 

세간의 시선으로는 '밑바닥 인생'같지만 이들은 교회 공동체를 통해 분명 희망과 용기를 얻고 있었다. 

여섯 살 때 레바논으로 넘어온 청년 디알(17)은 "예수님은 나의 구원자이시고 친구"라며 "나의 미래도 예수님이 함께하신다고 믿는다"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니하드 목사는 "이곳의 난민 성도들은 잠시 머물다 떠나려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말릴 순 없지만 그냥 떠나보내선 안 된다. 제자(성숙한 신앙인)로 만들어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로 흩어지는 성도들을 위해 '징검다리 교회'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겠다는 것이다.

 

 난민도 통하는 '코리아 새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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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인 선교사들은 레바논 베카주에서 스포츠와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쟁 난민을 섬기고 있다. 시리아 난민 소년들로 구성된 '조이풀 축구캠프' 소속 선수단이 지난 25일 앗쌀람선교회로부터 성탄 선물로 축구용품을 받은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베카주의 캅 엘리야스에 있는 에반젤리컬 커뮤니티 센터(ECC·담임 김성국 선교사)는 7개월 전쯤부터 이른바 '한국식 새벽기도회'를 주 4일(화~금) 이어오고 있다. 

금요일이었던 지난 23일부터는 온가족이 참여하는 '금요 가족 새벽기도회'가 시작됐다. 

새벽 6시가 되자 삼삼오오 성도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유모차에 실린 아기들부터 연신 하품을 하는 어린이도 여럿 보였다. 

잔잔한 경음악 찬양이 흐르는 동안 성도들은 두손을 모았다. 

흐느끼기도 하고 눈물을 쏟으며 소리내어 기도하기도 했다. 

마치 한국의 새벽기도회 풍경 같았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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