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이며 공적인 신앙/윌리엄 스트링펠로우 지음/김가연 옮김/비아

 

11면_저잣거리.jpg

▲ 평신도 신학자이자 변호사인 윌리엄 스트링펠로우는 신앙과 삶이 일치된 삶을 살았다. 사진은 저자가 거주하며 흑인과 라틴계 이웃에게 법률상담을 했던 미국 뉴욕 빈민가인 이스트할렘 전경

 

뮤지컬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뉴욕 빈민가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린다. 

사이가 좋지 않은 두 공동체에 몸담은 두 젊은이가 비극적 사랑을 한다는 줄거리가 같다. 

원작이 1595년쯤 이탈리아 베로나의 명문가를 다뤘다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50년대 미국 뉴욕 뒷골목 폭력조직을 다뤘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공통점은 더 있다. 

주인공인 젊은이의 죽음으로 원수인 두 공동체가 화해한다는 것이다. 

비극에서 희망으로 발전한 이들 이야기에서 "하나님의 말씀은 일상에 깃들어 있다"란 신학적 교훈을 발견한 사람이 있다. 

미국에서 성공회 평신도 신학자이자 변호사, 사회운동가로 활동한 윌리엄 스트링펠로우(1928~1985)다.

그는 1962년 펴낸 이 책에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줄거리를 언급하며 "한 사람이 죽고 다수가 화해를 이룬다. 어딘가 낯익은 이야기 아닌가"라고 되묻는다. 

예수의 희생으로 인류가 하나님과 화해를 이룬 십자가 사건을 말한 것이다.

'오늘날 교회는 복음을 어떻게 외면하는가'가 부제인 이 책에서 저자가 영화평을 길게 언급한 건 "그리스도인은 삶의 현실에서 하나님 말씀을 보고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전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현실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보고 감지할 수 없다면 그는 더 큰 현실, 즉 인류의 역사나 국가와 민족의 역사, 다른 사람의 삶에 임한 하나님의 말씀 역시 보거나 감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

저자는 미국교회가 이런 본령에서 철저히 멀어졌으며, 복음 대신 종교행위에만 함몰됐다고 비판한다. 

"미국 종교의 핵심 관념은 '종교는 오직 종교와 관련이 있을 뿐, 삶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존 F 케네디를 배출한 1960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이런 관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대선 후보 모두는 '역사적으로 교화와 국가의 분리는 원칙적으로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것을 뜻한다'고 발언했다. 

저자는 이런 관점이 복음을 모욕하고 그리스도의 활동을 거스른다고 봤다.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 있고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 종교와 실제 삶도 분리되고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게 된다.… 사회에 대해 침묵하는 종교는 사실상 그 사회의 현 상태를 뒷받침하는 도구다.… 삶과 무관한 종교에는 위엄이 없다." 

하나님 말씀이 선포돼야 할 곳은 성소가 아니라 정치·사회적 문제가 일어나는 저잣거리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세계교계기사보기